"와서 보아라." - 홍석민 은수자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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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보아라." (홍석민 은수자요한, 2019년 1월 입회)
지난 11월 초에 입회 허락을 받고 나서 가족과 지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입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친구들, 지인들을 만나 인사하고,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다녀오고, 그리고 개인 재산과 짐을 정리하면서 입회 준비를 실감하게 됩니다. 누구든지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날 때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기대와 희망으로 새롭게 한발 나아감과 동시에 막연한 두려움과 나를 둘러싼 안전한 울타리에 머물고 싶어 멈춰있는 다른 발도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마도 ‘내가 누구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가?’를 알 때 비로소 한발, 두발 나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입회소감문을 작성하면서 1년이 조금 넘는 성소식별의 시간을 돌아보게 됩니다. 홀로 3년간 고민한 끝에 하느님 부르심의 증거(?)를 찾아 성소실의 문을 두드렸지만 저는 제가 만든 울타리 중앙에 서서 까치발을 들고 하느님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 좁은 울타리의 넓이만큼만 하느님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했고, 그 낮은 울타리조차 넘어 들어오지 못하는 하느님을 원망했습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지낸 시간들, 지원자 형제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며 보낸 시간들 그리고 성소 식별 피정과 신부님 수사님과의 수많은 면담과 대화를 통해 조금씩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그 분께서 함께 하신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긴 시간동안 늘 한발만 내딛어 나아가려하고 다른 발은 주저하고 있는 저를 그 분께서 묵묵히 기다리고 받아주셨다는 것을 느낍니다. 안드레아와 요한이 예수님을 알고싶어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라고 여쭈었을 때 예수님은 ‘와서 보라’는 초대로 대답하십니다. 함께 하느님과 삶의 방향에 대해 대화하고 함께 빵과 물고기로 식사하고 함께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드는 시간을 통해 자신을 느끼고 서서히 젖어들기를 바라셨을 예수님의 마음을 생각해봅니다. 두 제자들이 예수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그 분을 따르기로 결정한 것처럼 저도 그 분께서 함께 해주신 시간을 통해 그 분을 따르기로 용기 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입회를 통해 하느님을 찾아 새로운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넘어와 주시기를 바랐던 그 울타리를 넘어 그 분께 나아가고자 합니다. 내가 움켜쥐고 있었던 울타리 넓이만큼이 아닌 무한하고 깊은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그 분을 알고자 울타리를 벗어납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두려움과 시련이 다가올 것을 알고 있기에 주저앉고 싶을 때도 오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고 기다리고 계시다는 것을 알기에 숨을 고르고 두 번째 발걸음도 내딛어 나아가겠습니다. 부족한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함께 해주신 신부님들, 수사님들 그리고 성소실 형제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우리 모두 하느님의 큰 사랑 안에서 그 분께 다같이 걸어갈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