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남정수 토마스아퀴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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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정수 토마스아퀴나스, 2014년 2월 입회)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처음 부르심을 느꼈던 순간부터 현재까지 돌이켜 보면, 하느님께서 함께하시고 돌보아 주셨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곳 저 곳을 돌아보며 다양한 경험,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하면서 답을 찾아 왔지만, 지금까지 기다려 주셨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공의로 일하던 바쁜 생활 중에 수도 생활에 대한 갈망으로 이 곳 저 곳을 알아보던 중 예수회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하느님의 이끄심이었을지 본당 청년회 동생을 통해 우연히 지원자 모임에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임을 통해서 제가 밖에서 생활하면서 느낄 수 없는 마음의 평화, 기쁨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시간,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모임이 너무나 기다려졌습니다. 단순히 본당 교리나 성경 공부만으로는 구할 수 없던 답을 찾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식별 과정 중에 시련도 있었고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예수님을 따라 살고 싶다는 열망만은 간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과정 중에 어떠한 어려움도 결국은 지나가게 된다는 것과, 그러한 어려움이 저를 더욱 단련시키고 낮아지게 한다는 체험도 하였습니다.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서, 지원자임에도, 예수님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서, 걸려 넘어지고, 죄 짓는 생활을 하면서 , 과연 나는 수도 생활하기에 적합한 사람일까 하는 자문도 많이 하였습니다. 그러나 처음 지원자 모임에 나오면서부터 제 마음을 울렸던 "죄인이면서 예수님의 벗" 이란 예수회원의 신원의식을 생각하면서, 저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도 예수님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지원자 모임을 나오면서 숱하게 들었던 문구이자, 들을 때마다 설레는 말입니다.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고, 기다리시는 예수님을 이 문구에 압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닐까, 잘 할 수 있을까, 저도 모르게 몸에 베인 습관들이 수도생활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 설레는 마음 한편, 걱정과 두려움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러 주신 예수님을 믿고 끝까지 붙잡고 따른다면, 저를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끝으로 제 성소 여정을 동반해 주신 신부님들, 수사님들, 그리고 함께 입회하게 될 형제님들,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