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교황님 기도지향 - 장애를 가진 이]

성소실
2024.01.11 10:53 12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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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장애를 지닌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제도들이 이들의 적극적 참여를 존중하는 통합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기도합시다.

12월 3일은 1992년에 국제사회가 지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입니다. 이날은 장애인들의 문제에 대한 보다 폭 넓은 이해를 목적으로 이들의 재활과 복지 상태를 점검하고, 이들이 보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와 보조 수단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사회가 장애인들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갖고 이들을 포용하며 함께 기도하도록 초대하십니다.

교황님과 한 마음으로 기도하기에 앞서 우리는 어떠한 마음으로 장애인들을 대하였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발전 성숙하면서 이들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차별들이 예전보다는 많이 개선되었을 것입니다. 2007년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것이 그 예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무의식 안에 ‘장애인들은 무능력하고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교황님께서 지적하셨듯이, 우리 인간은 현대에 ‘버리는 문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성장에 길들여진 우리 사회는 사람을 도구화하고 생산능력에 따라 평가하며 쓸모가 없으면 아주 쉽게 배제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장애인들을 존중하기보다 이들을 거부하고 소외시키는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따라서 교황성하께서는 우리 사회가 반성하고 회심하여 이토록 배척당하기 쉬운 장애인들을 보다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기도 지향을 두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들을 진정으로 품어 안기 위해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저는 약 2년 동안 캄보디아의 반티에이 쁘리업에 있는 장애인직업기술훈련센터에서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 센터에 도착한 첫날의 경험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센터 주변을 산책하다가 다리에 장애가 있어 목발을 사용하는 직원 한 명과 마주쳤습니다. 이 직원은 불편한 다리를 끌고서 제게 굳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부족한 크메르어로 겨우 저 자신을 소개한 후, “제가 크메르어를 잘 못해서 미안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 직원은 영어로, “괜찮아요, 수사님. 여기에서 우리와 함께 살면 크메르어를 잘하게 될 테니 걱정 말아요.”라고 응답해 주었습니다. 이 응답은 제 마음에 얼마나 큰 위로와 용기와 울림을 주었던지요! 캄보디아에서 크메르어를 잘 못한다는 나의 긴장과 불편함을 이 직원은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해 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직원이 갖고 있는 신체적인 장애와 약함만큼 저 자신의 두려움과 나약함을 잘 알아 차리고 배려해 준 것이지요. 그리고 “함께 살자.”라고까지 초대해 주니 저에게 더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체험한 장애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저도 어떻게 다른 약한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며 이들을 포용해야 하는지 배우게 됩니다. 자신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하는 장애인들은 그만큼 상대방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바로 알아차리고 이해하며 공감하고 받아들입니다. 저는 이들이 지니고 있는 신체적인 장애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이들의 공감하는 태도와 진정성이 담긴 마음가짐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면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이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입장에서 그들이 진정 필요한 것을 나누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나눔 이상의 ‘우리’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하느님께서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것은, 나약한 인간을 경시하기보다 그러한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고 인간과 함께 살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마음으로 우리 주변에 알게 모르게 많이 있는 장애인들을 잘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며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버리는문화: Evangelii Gaudium 53에 의하면, 버리는 문화란 인간조차 사용되다가 그냥 버리는 소모품처럼 여기는 것을 말한다.

글_ 한현배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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