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교황님 기도지향: 시노드]

성소실
2023.10.16 10:39 284 0

본문

10월의 교황님 기도지향 - 시노드

 

교회가 모든 차원에서 경청과 대화를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여 세상의 변방을 향한 성령의 이끄심에 자신을 내어 맡기도록 기도합시다.

thumb-20230926145509_4bfa845ff99c02c72bd27317a72ee0f1_vxm8_600x338.jpg

필리핀 마닐라의 아테네오 데 마닐라 학교 캠퍼스 안에 있는 EAPI(동아시아사목연수원)에는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봉사에 열린 사람들을 위한 여러 연수 과정이 있습니다. 과정의 참가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온 평신도와 성직자 및 수도자로서, 다채로운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진 형제자매들이 함께 우애를 나누며 각자의 사명과 봉사를 성찰하고 심화합니다. 저는 올 상반기 선교를 위한 사목적 리더십과 관리(PLMM) 연수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그 연수에서 제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당신이 창조하신 모든 것 안에서 일하시고 수고하시는 하느님을 보다 깊이 의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느님 현존에 대한 이 감각은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로부터 더 큰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게 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각자의 고유한 품위와 소명에 따라 교회의 사명에 동참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민족 가운데에서 불러 모으신 당신 형제들에게 당신의 성령을 주시어 신비로이 당신의 몸을 이루셨습니다.(교회 헌장, 7항) 여기서 특별히 저는 ‘신비로이’라는 구절을 주목하게 됩니다. 신비는 인간의 힘이나 지혜를 뛰어넘는 어떤 것을 대할 때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서, 우리의 개방적인 태도를 전제합니다. 만일 우리가 어떤 대상을 이미 다 알고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그로부터 더 이상 신비를 발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가 대상에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의 신비는 언제까지나 감추어져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계속해서 하느님의 신비에 자신을 개방하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끌고 계신다는 것을 더 잘 의식할 수 있을까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21년 10월 9일 토요일 세계주교시노드 개막 연설에서 이 시노드가 성령의 때가 되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성령, 곧 하느님의 늘 새로운 숨결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온갖 구속에서 풀어 주시고 죽은 것을 되살리시며 사슬을 풀어 주시고 기쁨을 널리 퍼뜨려 주십니다. 성령께서는 우리 자신의 생각이나 개인적 기호가 이끄는 곳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곳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하느님의 숨결은 우리에게 개방을 요구합니다. 친교와 사명의 근원이신 성령께서는 우리가 그 부르심을 듣고 용기를 내어 함께 걸어가기를 바라십니다. 그리고 지금 교회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기 위한 그 방법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경청과 대화입니다. 이 대화는 내가 원하는 사람과만 나누는 것이 아니며,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취사하여 듣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아름답지만 말하지 못하고, 과거로 가득하지만 미래가 없는 ‘박물관 교회’에서 안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경청과 대화 안에서 새로운 초대들에 자신을 개방할 때 우리는 비로소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도록 우리를 격려하고 계시는 신비스러운 성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개방적 태도를 취하기 위해 우리는 성 이냐시오로부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는 영적식별을 위한 준비로서 하느님 외에는 어느 것에도 기울지 않는 자유로움을 전제합니다. 이냐시오 성인이 ‘우리가 자기 사랑, 자기 의지, 자기 이권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모든 영신 사정에서는 더욱 진보할 것’(영신수련, 189번)이라고 말한 것은 우리가 하느님께 우리 자신을 온전히 내어드림으로써 그분과 이루게 될 일치를 말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인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려는 우리가 성령의 움직임에 보다 깊은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의 선호에 집착하지 않으며, 우리 자신과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더욱 깊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우리에게 전해 줍니다.

글 - 정홍철 아우구스티노 수사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적용하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