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교황님 기도지향: 소외되어 살아가는 이들]

성소실
2023.09.04 17:04 44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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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소외되어 비인간적 생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제도 안에서 홀대받지도 않고 결코 하찮은 존재로 여겨지지도 않도록 기도합시다.

‘노숙자 예수’라는 청동 조형물을 아십니까? 벤치 위에 천을 둘러쓰고 누워있는 사람, 도시의 거리에는 우뚝 솟은 건물들이 그리도 많은데, 머리 위 들일 작은 지붕 하나 없어 드넓은 하늘 아래 잠을 청해야 하는 사람의 모습을 빚은 조형물입니다. 이 조형물은 티모시 슈말츠라는 캐나다 예술가가 만든 것인데, 그가 2013년 처음 만든 이래, 세계 곳곳에 설치된 예술품입니다. 얼굴과 온몸을 담요로 덮은 모습이어서 얼핏 보면 도대체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살짝 드러난 발에 새겨진 상처는 십자가 상처입니다. 그러니 노숙하고 있는 이 사람은 예수님입니다. 어스름한 저녁이었던지, 언젠가 로마에서 벤치에 놓인 이 조형물이 정말 살아있는 사람인 줄 알고 다시 들여다보았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습니다. 슈말츠는 아마도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이웃들의 존재를 우리들의 시선으로 데려오고 싶었나 봅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는 이제는 선진국이 되었다고 자부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고단한 삶을 살아갑니다. 작년 여름 서울에 홍수가 났을 때에는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이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일이 있었습니다. 2020년 통계 자료는 전국에 60만 명에 가까운 이들이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주택가에 버젓이 보이지만, 동시에 그곳에 살지 않는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이 반지하입니다. 경제적 이유로 습하고 어두운 곳에서 살아가도록 강요 아닌 강요를 받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 사는 공간입니다. 노숙자 예수상과 반지하는 함께 살아가면서도 투명 인간처럼 홀로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이웃들의 보이지 않는 삶을 상징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번 달, 교황님께서는 우리가 세상의 변방에서 소외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들과 연대할 것을 청하십니다.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서 우리는 마음을 열고 눈을 크게 떠야 합니다.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진정 어리고 존중심 담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예수님의 형제자매들인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그분께 해 드리는 것입니다.’(마태 25,40) 그리고 동정이나 시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형제자매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그들과 연대해야 합니다. 우리들이 누리는 것이 있다면 이는 우리가 받은 선물이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2코린 9,7)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은 돈이나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마음과 시간도 있습니다. 교회 안팎의 단체들에서 가끔이라도 시간을 내어 소외받는 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설 수도 있고, 외로움에 지쳐 쓰러진 이들에게 대화 상대가 되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을 대변하여, 사회에서 필요한 도움과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부당하게 차별을 당하는 이들이 존엄성 있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을 이루는 데에 합심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심어 주신 주님의 사랑을 창조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용기와 결단이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고 살아가는 이웃들과 연대하고 그들을 위하여 기도할 기회는 언제 어디에서든지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글 - 김건동 베네딕토.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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