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실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 김광준 돈보스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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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김광준 돈보스꼬, 2019년 1월 입회)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얼마 전 치러진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필적 확인 문구 사진이 실린 기사를 접하고 쏟아지려 하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관계 속에서 그리도 노력하고, 애쓴 것은 그 때의 내가 알았든 몰랐든 조금 더 사랑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짐작한다. 그러한 것들이 쌓이고 쌓였는지 참 많은 방법들로 나를 증명하고 싶었다. 시험의 점수로, 내가 속한 집단의 이름으로, 내키지 않는 수 많은 일들을 하고, 수 많은 자리에 앉아야만 나를 증명할 수 있고, 내가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랑받기 위해서는 나의 약한 모습, 어두운 모습을 버려야한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완벽할 때, 조금 더 빛나는 모습만이 남았을 때 더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돌아보면 나의 성소여정의 시작은 그러한 꾸밈없이 온전히 나 자신으로서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 자유를 찾으려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입회를 준비하면서 했던 가장 바보 같은 실수는 꾸밈없는 나를 바라보지 못했고, 좋은 모습만을 가져야 한다고 오판하여 나의 어둠과 약점들을 묻어 버린 채 바라보지 않으려 했던 것이었다. 내가 완전치 못한 인간임을 인정해야만 그 불완전을 채워주러 오신 예수님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인데 꽤나 오랜 시간 예수님을 목적지로 두지 못하고 입회만을 목적으로 아등바등했다.

입회를 준비하면서 얻게 된 가장 즐거운 경험은 그렇게 묻어버린 나의 모습을 다시 파내어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직도 그것을 오래 바라보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것이 내 모습임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것에는 서툴기도, 또 많은 힘이 쓰이기도 하지만 단지 그러한 내 모습이 있었다는 것을 꺼내어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이전에 겪지 못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음을, 함께 성소 여정에 동반해 주신 신부님들, 수사님들, 그리고 성소자 형제들이 있었기에 그것을 꺼낼 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예수님은 내가 가진 사랑받지 못할 아흔아홉의 이유보다, 내가 가진 한 가지의 사랑받을 이유에 집중해 주시는 분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올 한 해 그 생각은 틀렸을 수도 있음을, 내게 그것을 꺼내어 고백할 용기만 있다면, 그 아흔아홉의 이유 조차도 당신의 선으로 사랑받을 이유로 만들어 주시는 분이시라고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이미 당신께로 온 것인데 어찌 사랑받을 이유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단 한번도 사랑받지 않은 때가 없었음을 알기까지 그리도 멀리 돌아왔기에, 조금은 떨리지만 입회일이 기다려진다. 내가 당신을 더 잘 알고, 더 잘 바라볼 수 있다면. 내가 나를 더 잘 알고, 더 잘 고백할 수 있다면. 당신이 불러 주시고, 내가 응답한 이 공동체를 더 잘 알고, 더 함께 갈 수 있다면. 언젠가 나 또한 세상 모든 이들을 당신처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며 말 할 수 있을 테니.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