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실

"위대한 유산" - 성병준 바오로

본문

"위대한 유산" (성병준 바오로, 2016년 1월 입회)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나이를 먹고, 수도회에 입회한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가져다줍니다. 제게 남은 기회가 적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저의 선택이 옛날보다 더욱 무거워졌다는 것입니다. 제가 많이 부족하여 스스로 주님 말씀대로 살아갈 자신이 없어, 수도회 안에서 양성을 받아 기쁘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이것을 허락하여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옛날에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유산은 신앙이면 충분하다." 제가 비록 신앙인으로서 부족함이 많지만, 부모님께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을 지키고 키워나가고자 하였습니다. 그것이 제게 가시밭길로 안내할지라도, 부모님께 물려받은 위대한 유산이기에 절대 버릴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묵묵히 주님께 나아가는 부모님의 신앙은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듣질 못하는 저에게 자그마한 귀가 되어주었고, 목이 말라 갈증을 느끼는 저에게 성소의 길을 찾아가는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는 제가 무엇이 되기를 기대하기보다, 항상 강한 신뢰로 있는 그대로의 저를 받아들이시고 지지하여주셨기에,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신앙과 함께 저는 조금씩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더딘 성장에 주님께서는 끝까지 기다려주시고, 제가 험한 길을 앞두고 있을 때엔 때때로 훈련도 시켜주시며, 제게 적합한 때와 장소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저는 주님께서 제게 항상 좋은 것만을 주신다고 믿습니다. 제 이성이 이해하지 못할 때에도, 제 감성이 울분에 휘둘리는 상황 속에서도 주님만이 저를 가장 잘 아시며, 지금의 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주십니다

 

이제 저는 얼기설기 나무로 지은 주님의 집을 나와 주님께서 머무시기에 합당한 성전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제 안에 있는 밭의 돌들을 고이 모으고, 가시덤불은 조심스레 손질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보시기 좋을 때에 성전을 손수 완성하여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제 안에 주님께서 온전히 머무르시어, 주님의 도구가 되어 살아갈 것입니다,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