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아들" - 홍장호 미카엘
본문
"돌아온 아들" (홍장호 미카엘, 2014년 2월 입회)
내일은 저희 본당 신부님 및 수녀님, 성소 위원회 식구 분들을 모시고 저희 집에서 식사를 대접해 드리기로 예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밤 12시가 지난 지금에도 저희 부모님은 미리 상을 펴고 자리를 배치하고 음식 준비를 하며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계십니다. 저는 입회 소감문을 쓰고 있는 지금, 만감이 교차하는 듯 많은 감정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먼 길을 돌아와서 이제야 제 자리를 찾은 것 같은 고요함과 안도감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근 4년 간 정신없이 주님을 찾아 헤맨 끝에 예수회를 알게 되었고 성소모임에 나오면서 저는 이 곳이 제 안식처가 되길 간절히 소망해 왔습니다. 예수회는 마치 누군가가 소중한 반쪽을 찾아 정처 없이 떠돌다가 우연히, 그리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만나 빙그레 미소 지을 수 있었던 존재였습니다. 성소여정의 길목마다 될 듯 될 듯 이루어지지 않았던 수많은 운명의 미로에서 드디어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제 성소는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늘 주님 곁에 머물러 있어야 평화와 안정을 가지고 하루의 일과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 주님은 제게 절대적인 존재였습니다. 비록 얼굴과 목소리, 그분의 풍채와 미소를 전혀 알지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그 분이 저의 모든 권한을 갖고 계시다는 것을 매일 매일의 경험을 통해서 체득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신학교 지원을 포기하고 제가 살고 싶은 삶을 살다가 다시 성소를 찾고 그 길을 가게 되기까지 정확히 12년이 걸렸습니다. 12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것은 그동안의 성소여정에서 저의 취미이자 유일한 관심분야가 되어 버렸습니다.
어제 평화방송에서 어느 수녀님께서 ‘최필제 베드로 순교자 성인’의 삶을 강의해 주시는 것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습니다. 수녀님 말씀인 즉, “최필제 베드로는 성품이 어질고 올곧으셨지만 신앙을 갖게 된지 1년 만에 신앙을 증거해야 할 시점, 즉 순교를 해야 되자 배교를 하고 잠시 방황의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그 이후 조선 신자들이 눈물겹게 벌이고 있는 사제영입 운동을 목격하면서 신앙을 증거 하고자 하는 뜨거운 열의가 불타오르게 되고 마침 주문모 신부님께서 입국하시자 본격적으로 신앙 활동을 재개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순교의 기회가 오자 단 한 번의 망설임 없이 자신을 주님께 봉헌 드리고 서소문 밖에서 피를 흘리시며 자신의 신앙을 증거하며 돌아가셨습니다.” 라는 한 순교자의 삶은 예수회에 입회하고자 하는 제 열망을 더욱 뜨겁게 잡아 당겼습니다.
첫 번째 성소를 거절하고 이제야 돌아온 부족한 아들을 다시금 받아주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 주님의 영광을 위해 살고자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