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과 용기를 내어라" - 이승준 마르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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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너무 기쁘면 오히려 차분해진다고들 합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김동일 신부님으로부터 입회를 허락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그냥 먹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곧 기쁨과 환희의 감정이 일시에 터져 나왔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끊고 3초 후, “우와! 주님! 감사합니다!” 하고 크게 소리 지르며 혼자 껑충껑충 뛰었습니다. 나중에 함께 살던 형제가, ‘그때는 정말 집에 불이라도 난 줄 알았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달이 지난 지금. 영원할 것 같았던 기쁨, 환희, 설렘, 감사 등의 좋았던 감정들은 점점 무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현실적인 감정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라는 명령을 들었을 때, 지금껏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걸어야 할 아브라함이 느꼈을 막막함.
‘하느님을 뵙기가 두려워 얼굴을 가린’ 모세가 느꼈을 하느님에 대한 경외감.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하고 고백할 때 베드로가 느꼈을 부족함과 두려움.
이러한 감정들이 어우러져, 요즘 저는 잠들기 전 이런 생각을 줄곧 하곤 합니다.
이 순례길을 마치고 주님 품으로 돌아갈 때, 과연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저의 부족함과 약함을 누구보다 저 스스로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가지고 있습니다. 부족한 저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사랑해주시는 주님과 지난 시간 저와 함께 성소를 식별을 동반해 주신 김동일 신부님, 문영균 수사님 그리고 인터뷰해 주신 여섯 분의 신부님들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부족하고 약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결국 아브라함은 약속의 땅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게 됩니다. 모세 역시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됩니다. 베드로는 또한 주님의 거룩한 교회의 반석이 됩니다. 그렇기에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다면 저도 ‘힘과 용기를 내어’주님을 향해 최선을 다해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