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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성소자들의 수련원 체험기 "수련원에서 그분과, 형제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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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7:10 56,77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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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원에서 그분과, 형제들과 함께

예수회 성소자들의 이야기, <2022년 성소주일 맞이 수련원 체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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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성소주일(5월 8일)을 맞이하여 예수회 성소실에서는 ‘수련원 체험’이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성소자 형제들이 수련원 일과표대로, 마치 수련자처럼 살아보도록 초대를 한 것인데요. 총 11명의 형제들이 짧게는 2박 3일, 길게는 6박 7일 수련원에서 살아보면서 자신의 성소를 확인하고, 이를 굳게 다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형제들이 체험했던 소중한 시간들을 여러분에게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날 (5월 2일 월요일)

3명의 형제들과 성소 담당 요한 수사가 오전 10시 30분 경 예수회 성 스타니슬라오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형제들은 숙소를 배정받고, 짐 정리를 한 후 수련원 식구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고, 첫 일정으로 등산을 실시했습니다. 수련원 뒤편에는 광교산이 넓게 펼쳐져있습니다. 수련자들은 수련기 2년 동안 광교산을 등반하면서 정신과 육체를 수양하곤 하는데요. 이날 형제들은 수련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광교헬기장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등산을 했습니다. 등산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이 처음 타기에는 조금 힘들 수도 있는 코스였는데, 모든 형제들이 운동을 꾸준히 해왔던 까닭인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쉽게 목적지에 도달했습니다. 이에 요한 수사는 광교헬기장에서 한철약수터를 거쳐 내려오는 코스를 추가하여 형제들이 광교산의 아름다움을 더 만끽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등산을 마친 후에는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고, 이후 오후 저녁기도와 성무일도를 바쳤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는 설거지를 함께 하고, 공동휴게를 실시했습니다. 공동휴게 시간에 수련자들은 주로 ‘마이티’라는 카드게임을 즐겨하는데, 저희 또한 ‘마이티’ 카드게임을 하면서 친목과 화합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동휴게 후에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고, 이후 의식성찰을 하고 레지나 챌리(로마 가톨릭교회의 성모 찬송 가운데 하나)를 부르면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이 시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성소자 형제들은 대침묵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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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5월 3일 화요일)

오전 6시, 수련원에 청명한 목탁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예수회 수련자들은 수련기를 보내는 동안 목탁소리를 들으면서 기상을 했는데, 성소자 형제들 역시 같은 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형제들은 간단하게 세면을 한 후 오전 기도를 바쳤습니다. 이후에는 함께 미사를 봉헌했고,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후 담당 구역을 청소하고 성경을 봉독했고, 이때부터 대침묵이 해제되었습니다. 오전 프로그램은 라이프스토리 나눔을 진행했습니다. 두 명의 형제가 각각 약 한 시간 동안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을 형제들에게 나누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하느님께서 형제들을 어떻게 이끌어 오셨는지를 확인했고, 그분께 감사와 찬미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형제들을 한층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전 프로그램부터는 철학기 수사님 두 분도 함께 하시어 자리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셨습니다. 

오후 프로그램은 예초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수련자들은 정기적으로 수련원의 내·외부에서 작업을 실시하는데, 여름이 다가올 무렵부터는 무서운 속도로 자라는 잡초들과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이날 성소자 형제들과 수사님들은 수련원 정원과 운동장에 있는 잡초들을 제거했습니다. 군 복무 시절 예초기를 다뤄본 형제가 둘이나 있어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철학기 김광준 수사님은 “잡초들을 제거하면서 내 안에서 자라고 있는 악습 또한 제거할 수 있게 허락해달라.”며 작업 시작기도를 바쳤는데, 이 기도 내용이 성소자 형제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작업 이후 일과는 첫째 날과 동일하게 진행되었고, 저녁에 형제 한명의 라이프스토리를 들었습니다. 라이프스토리 나눔 이후에는 의식 성찰을 하고 레지나 챌리를 부른 후 간단하게 친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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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5월 4일 수요일)

오전 프로그램 전까지의 일과는 첫째, 둘째 날과 동일했습니다. 오전 프로그램은 실내 작업과 자유시간이었습니다. 이날 저녁부터 금요일까지 계속해서 수련원으로 올 나머지 7명의 형제들의 방을 정리하고 이부자리를 준비하는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오후에는 거북바위, 한철약수터, 약수암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등산을 실시했습니다. 이후 일정은 전과 동일했고, 저녁에는 이인제 부제님의 전례 특강을 경청했습니다. 이 시간에 이인제 부제님은 교회 전례력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성소자 형제들은 애매하게 알고 있었던 부분이 강의를 통해 명쾌하게 바뀌었다며 부제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 2명의 형제가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이후 함께 의식성찰을 하고, 레지나 챌리를 부르며 하루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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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날 (5월 5일 목요일)

이날 오전 프로그램은 ‘이냐시오의 편지’라는 주제로 박경웅 신부님께서 강의를 진행해주셨습니다. 이냐시오 성인께서 작성하셨던 편지 중에서 ‘순명 서한’을 함께 읽으면서 예수회에서 강조하는 순명에 대해 배웠습니다. 강의를 들은 형제들은 어렵게만 생각했던 순명이 조금은 명확해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강의 중간에 등장했던 신부님의 유머가 인상적이었다면서 이 유머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 말한 형제도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 때 한 명의 형제가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오후에는 수련원 운동장에서 함께 축구를 하면서 땀을 흘리며 우정을 나눴습니다. 이때 말씀의 집 원장이신 신원식 신부님께서 형제들과 함께 해주셨는데, 형제들은 신 신부님의 축구 실력과 활동량에 감탄을 했습니다. 오후 기도는 성모성월을 맞이하여 함께 묵주기도를 봉헌했습니다. 5명의 형제가 돌아가면서 1단씩 주송을 맡아 기도했습니다. 공동 휴게 시간에는 미니 탁구를 쳤고, 저녁 시간에는 한 명의 형제가 자신의 라이프스토리를 형제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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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날 (5월 6일 금요일)

오전에 두 명의 라이프스토리를 들었고, 오후에 둘째 날 다하지 못했던 예초 작업과 텃밭 정리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또한 수련원 외부를 돌며 낙엽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오전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두 명, 오후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두 명의 형제가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저녁에는 형제 한 명의 라이프스토를 청해듣고, 의식 성찰과 레지나 챌리 찬송 후 친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친교의 시간 때 신학원의 박민웅 신부님, 남정수 수사님, 그리고 마지막 형제가 수련원에 도착하여 수련원 체험을 시작한 지 5일째 되는 날에 비로소 완전체가 되었습니다.


여섯째 날 (5월 7일 토요일)

오전에는 축구를 했습니다. 넷째 날보다 형제들의 수가 늘어 체력적으로 부담이 덜했고, 축구를 잘하는 형제들이 많아 재미는 배가 되었습니다. 사실 형제들의 축구 실력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실력을 떠나, 승패를 떠나 함께 우정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오후에 두 명, 저녁에 두 명의 형제가 자신의 삶을 나누는 것을 끝으로 라이프스토리 나눔의 대장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후 친교의 시간을 가지며 라이프스토리 나눔을 통해 형성된 형제애를 한 차원 더 깊게 다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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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5월 8일 성소주일)

이날은 아침식사 때부터 대침묵을 해제했습니다. 마지막 아침식사 때 형제들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난 시간들을 추억했습니다. 식사 후에는 함께 설거지를 했고, 개인이 사용했던 방과 공용구역을 청소했습니다. 이후 자유 시간을 보내다가 11시에 성소주일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하셨던 예수회 성소 담당 김동일 안드레아 신부님은 강론 때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형제들을 격려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고유한 성소를 주셨고, 계속해서 그 방향으로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 목소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가 시간을 내서 침묵 안에서 기도할 때, 그분과 시간을 보낼 때 들을 수 있게 됩니다. 하느님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꽤 명확합니다. 그리고 만약 잘못된 길을 선택할 가능성에 대해 걱정이 된다면 그런 걱정은 내려놓으십시오. 하느님은 내비게이션 같은 분이십니다. 잘못된 경로로 들어선 우리에게 또 다른 경로를 안내하여 결국에는 목적지로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미사 후 의식성찰을 바치고, 함께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수련원 주일의 점심식사는 늘 라면이었습니다. 수련자들에게 특식이었던 이 메뉴를 성소자 형제들도 제공해주었습니다. 형제들은 점심식사 후 설거지를 함께 했고, 분리수거 등 수련원 정리를 한 뒤 각자의 삶으로 다시 파견되었습니다. 

이렇게 성소주일 맞이 수련원 체험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그 과정에서 감사할 일들이 참 많았는데, 무엇보다 일주일 동안 형제들과 함께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분께서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시다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입니다. 감사함으로 귀결될 수 있는 이 수련원 체험이 형제들의 성소 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글 문영균 세례자요한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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